[연재] 난임 부부의 사랑과 전쟁
◇ 불임? 아니죠, 난임이죠
결혼하면 많은 가정이 아이를 낳으면서 부모라는 이름표를 얻고 행복하게 평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잘 안 생겨서 아이를 낳고자 애쓰는 난임 부부들이 있습니다.
난임이란 정상적인 부부가 피임하지 않고 성생활을 1년간 지속하였음에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피임하지 않고 결혼 1년 이내에 임신할 확률은 약 85%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여성의 나이가 35세가 넘으면 임신 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은 약 50%가 감소하고 40세가 되면 20%대로 떨어집니다. 물론 개인의 차이는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두고 “임신할 수 없다”는 의미로 ‘불임’이라 하였으나, 최근엔 “어렵지만 충분히 임신이 가능한 상태”라는 의미로 난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7쌍의 부부 중 1쌍(13.5%)이 자연 임신이 어려운 난임으로 추정되며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해보아도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원인 불명의 난임이 7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난임 부부 지원 사업 결과 분석 및 평가, 2012).
난임에는 복잡한 사회구조가 한몫합니다. 만혼 현상, 스트레스, 비만, 먹을거리, 환경호르몬, 환경오염 등이 난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신규 난임 환자로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습니다(보건복지부, 2014). 이제 난임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문제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난임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베이비뉴스
◇ 마음의 공허, 커지는 스트레스
난임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는 스트레스, 우울증, 기분 장애가 있습니다. 이런 정서적인 불안 요인도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난임은 정말 아이를 출산해야만 자기와의 고통스러운 싸움에서 끝이 나는 것입니다. 잘 견디다가도 매번 야속하게도 한 줄만 나타난 임신테스트기를 볼 때면 실망과 마음의 공허가 커집니다.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향한 간절함은 우주만큼이나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난임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난임 부부는 사랑과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체외수정시술은 그 과정이 힘들고 복잡합니다. 매일 피하주사와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고 초음파로 난자의 크기와 성숙도에 따라 난자를 채취합니다. 난임 부부는 치료를 시작해서 정자를 채취해서 이식하는 그 순간까지 시술 증후군, 부작용 등 신체적 어려움부터 감정의 기복, 긴장감 등을 겪게 됩니다.
그러다 시술이 반복해서 실패하면 그 충격으로 우울증이 생기고,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마음 상태와 생활 방식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물론 시술에 실패했다고 모든 난임 부부가 심각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힘들어도 소망하는 아기를 만나려면 아내는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남편은 이러한 아내의 노력을 지지하고 사랑으로 격려와 응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난임전문단체에서 진행하는 상담이나 동료 멘토링, 대안 찾기 등이 진행되는 자조모임이나 교육으로 자신의 정신 건강을 훈련하는 것도 난임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가는 방법입니다.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정신이 건강하면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난임 부부의 자조모임을 교육하면서 난임 부부가 실천 과제를 피나는 노력으로 해내서 현명하게 잘 극복한 감동적인 순간들을 많이 접합니다. 그래서 난임을 겪고 있는 그대는 희망입니다. 난임 가족 파이팅!
*칼럼니스트 박춘선은 2005년 전국 서명운동, 국회 청원으로 정부의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불임이라는 단어를 난임으로 바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데 이바지하는 등 난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이며 난임복지전문가, 난임상담가로 활동 중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임산부의 날 장관상을 받았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