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난임부부의 사랑과 전쟁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는 임신의 어려움으로 인해 상담전화나 시술의 실패로 SOS긴급 상담 요청을 해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합니다.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서글픔과 상실감으로 인한 자기감정조절력의 어려움, 자궁외임신, 유산 등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긴급한 사태, 길고도 먼 마라톤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피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 그러니 아이만 낳을 수 있다면 시술과정에서의 고통과 두려움쯤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얼마전 한통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식 후 5일 배양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는 내용으로,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의 오열과 슬픔으로 가득 찬 떨림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중요한 미팅을 뒤로 한 채 내담자에게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었고, 그녀는 불과 30분 만에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우선 그녀를 보자마자 꼬옥 안아주고, 슬픔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찾아 라포형성을 통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난임상담가 이전에 동료로서의 충분한 위로와 실패 원인에 대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체크해주었습니다. 또 단체에서 매월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참여와 다음 시술시 난임 극복에 도움될수 있는 식습관 정보, 운동요법, 경제적인 문제, 향후 방향제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그녀가 차츰 안정감을 회복해 나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렇듯 난임 부부는 부모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의 결과가 매번 같다보면 매우 혼란스러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스트레스가 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되어 임신을 준비하는 환경에 나쁜 영향도 받게 됩니다. 또한 이 단계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불안한 자기정서가 생성되기 시작하며 기분장애, 자기부정, 상실감, 고립, 대화단절, 자존감저하, 경제적 압박 등으로 애써 자기감정을 억누르게 되고 지속될 경우 참아서 생기는 화병의 전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더욱이 자신의 감정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가 힘든 상태라면 난임전문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난임교육 프로그램 참여나 난임전문상담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난임전문상담가는 난임을 충분히 경험한 동료로서 난임 여성의 감정을 지지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시술의 여러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를 잘 설명해줌으로써 난임 극복을 위한 준비와 실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혼자만 끙끙 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난임전문상담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감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피나는 노력으로 고투 하는 당신! 이미 위대한 Great Mom 입니다.
*칼럼니스트 박춘선은 2005년 전국 서명운동, 국회 청원으로 정부의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불임이라는 단어를 난임으로 바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데 이바지하는 등 난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이며 난임복지전문가, 난임상담가로 활동 중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임산부의 날 장관상을 받았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